[신명호 칼럼] 사람 사는 세상

   column

   작금의 우리나라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뭐라 할 수 있을까? 요사이 언론 보도를 보노라면 ‘부패공화국’보다 더 적합한 단어는 없겠다 싶다.

불량 군납 제품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군 장성들이 뇌물을 챙긴 방산(방위산업) 비리가 현 정부 들어서만 수십 건 드러났다. ​

뇌물의 고리가 된 것은 엉터리 레이더에서부터 성능이 처지는 외국산 전투기, 총알을 막지 못하는 방탄복, 구조에 나서지 못하는 구조함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공사(22조원), 경인운하 건설(2조원), 해외자원개발(35조원)에 투입된 천문학적 규모의 나랏돈이  허투루 낭비되었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치권력과 유착된 롯데그룹의 특혜 의혹과  대우조선해양의 비리가 드러났다.

​   5조원의 손실을 숨겨서 결국 국민 세금으로 갚게 만든 대우조선해양에는 억대 연봉의 고문들이 즐비했다. 전임 사장, 퇴역장성, 산업은행 임원, 국정원 간부, 여당 당직자 등, 어느 방송 앵커의 표현처럼 “(회사를) 안에서, 밖에서, 위에서, 아래서 뜯어먹고 망가뜨린 사람들”이었다.

​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죽을 쑤고 있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산업구조의 한계가 일차적 원인이지만,  부정부패로 인한 국부(國富)의 유실은 가뜩이나 힘든 우리 경제를 더욱 골병들게 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와 관계의 투명성이 경제발전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구성원 간의  신뢰와 협력의 관계를 흔히 ‘사회자본’이라 하는데 그것의 축적 정도가 거시경제의 성과를 좌우한다는 학설은 이제 널리  인정되는 바다.

요즘 경기도 성남시의 시민기업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사회적경제 육성정책의 성과를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지 개인업자에게 위탁하던 공공서비스(청소나 쓰레기 수집운반 등) 용역을 성남시가 시민과 근로자가 주인인 일종의 사회적기업에게 주기 시작하면서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어났다.

‘시의 청소대행업을 1~2년만 하면 집 한 채가 생긴다’던 위탁시장 복마전이 상당히 투명하고 깨끗해졌다. 회계가 투명하게 공개되니 기업주가 착복하던 이익의 일부가 근로자 몫으로 돌아가고, 시가 제시하는 요건을 맞추려 하다 보니 자연히 종사자의 근로조건과 지역사회 기여도도 향상되었다.

​   온 나라가 부정부패로 몸살을 앓아도 한 작은 지방정부의 건강한 정책이 희망어린 변화의 진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정책의 효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시민기업들 가운데는 성남시의 정책이 시행되기 훨씬 전부터 자발적으로  사회적경제의 정신과 원칙을 지켜오고 있는 데들이 있었다. 그곳의 시이오(CEO)는 ‘기업의 주인은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이고 그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섬기며 운영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   물론 전체 시민기업 중에서 이런 기업이 흔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업 민주주의를 정책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경영철학에 의해서 구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반가웠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진정 ‘사람 사는 세상’은 일하는 자를 섬기는 조직문화가 퍼져나갈 때 조금씩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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