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설립 10년을 회상하며… (김홍일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

창립10주년

느덧 재단이 출범한지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 10년이 지났습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정부와 관료들은 ‘사회적기업/경제’라는 낯선 단어를 운동권의 언어로만 치부하며 외면하였습니다. 그러던 정부가 2000년 중반에 들어서면서 사회적기업을 일자리창출과 사회서비스의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묘약으로 포장하며 지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법 제정’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정작 법제정을 슬로건으로 요구하던 실업단체들이 사회적 기업의 실체가 미미한 현실을 너무 앞질러 진행되고 있던 법제정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며 보류를 주장하는 현실이 역설적인 현상이 초래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법제정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관련단체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사회투자를 위한 논의되고 있던 ‘반관반민재단 설립’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었습니다. 회의 참가자들은 재단설립의 파트너로 연대회의 주체들이 참여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한 결과 긍정적인 검토를 하면서 준비과정에 참여할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재단설립에 이견을 가지고 있었던 구성원도 있었지만 저를 비롯하여 적극적으로 참여를 고민하였던 사람들의 주요한 관심 가운데 하나는 ‘재원’의 문제였습니다.

​정부와 기업 등에서 제공되고 있는 재정적 지원이 현장 지원의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였지만, 동시에 현장조직들의 운동과 지향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점점 켜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재정지원이 진정성 있게 주체들을 확장시키고, 가치와 철학의 내실화와 발전을 균형있게 고려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년 간 6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의 사용은 정부부처 관료들과의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들의 문제의식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학습하였습니다. 더욱이 재단 설립과 동시에 정권이 바뀌면서 합리적인 파트너 십과 거버넌스에 기반한 재단운영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재단은 이사로 참여하고 있던 정부 관료(복지부, 노동부, 예산처 차관)들을 모두 내보내고 민간재단으로서의 위상과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며 새 출발을 하였습니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홀로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걱정도 하였지만 재단은 오히려 자기 정체성과 가치에 더욱 충실하게 스스로를 지키면서 사회적 경제의 새로운 대안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실천하며 꾸준하게 자기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사회적 경제 함께 만들기, 사회적 회계, 사회적 경제의 지역사회 전략계발과 실행,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을 위한 학습공동체 페다고지 등 재단의 활동가들은 늘 현장의 필요를 경청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일에 전심을 다하여 왔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이같은 재단의 마음과 생각을 동의하면서 곁에서 그 여정을 지지해 주고, 함께 하여준 좋은 벗들과 이웃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고인이 되신 오재식 초대이사장님, 그리고 신필균 전이사장님, 함께 해 주셨던 여러 이사님과 운영위원님들… 여러 지역의 동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아 온 재단 내부의 식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0년 세월을 한결같이 살아 낸 재단의 식구들과 함께 하여 준 모든 선배님들과 벗들 그리고 선한 이웃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회적기업 육성지원법, 협동조합법, 그리고 이제 사회적경제지원법 제정과정에 이르기까지 재단이 걸어 온 10년의 세월은 사회적 경제에 관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심이 놀라울 정도로 급속하게 확산되어 온 기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생각해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문제와 과제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경제 운동에서 시민사회의 주도성 회복이라는 화두, 주체적인 운동 전략수립과 이에 근거한 연대와 협력, 공공부문과의 건강한 거버넌스 관계, 모범적인 공동체 사례들과 지역모델의 창출 등 낯익고 오래된 과제들과 여전히 마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내는 길이라는 말을 믿으며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는 한 희망은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재단은 언제나 선한 벗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이제까지 함께 하여 주신 것처럼, 재단이 선한 벗들과 함께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는 여정에도 늘 함께 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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