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에 바란다.

최근에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이 발표되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현장의 사회적경제 기업가와 지원기관 종사자들이 해오던 요구를 대부분 망라한 느낌이다.
언어로 표현된 취지와 목표가 흠 잡을 데 없이 아름다운 만큼, ‘과연 얼마나 실질적으로 달성될 수 있을까’가 앞으로 우리의 주된 관심사일 터이다.

지난 10년간의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발달사(發達史)에서 ‘비약적인 양적 성장’은 첫 손가락에 꼽히는 성과이자 특징이다.
​협동조합기본법에 의거한 협동조합도, 사회적기업도, 마을기업과 자활기업도 그 성과를 꼽으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기업의 수가 증가해서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는 사실로 수렴된다. 그러나 이러한 급격한 양적 성장은 질적 부실함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조직의 유형을 막론하고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양적으로 증가한 만큼 질적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질문은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던질 수 있다.

​첫째, ‘현재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당초 목적―그것이 사회통합이든 일자리 창출을 통한 노동통합이든, 혹은 지역 재생 및 발전이든 간에―을 견지하고 있으며 또한 성과를 내고 있는가’
둘째,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가’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각 부문 조직의 상당 비율은 이상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해서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발표문에 나와 있는 “ … 좋은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혁신, 도시재생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는 외화내빈의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사회적경제의 발상지인 서유럽이나 그것을 수입한 우리나라나, 사회적경제가 헤쳐 나가야 할 상황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하는’ 엄혹하고 힘든 현실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시장과 정부의 실패를 겪고 나서 제3섹터, 즉, 시민사회 부문에게 창의성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임무를 맡겼던 것이다.

이번의 새 정부 발표문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가 사회적경제에 목을 매는 이유는 “시민사회의 창의성과 사회적 자본”이 지닌 잠재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창의성은 흔히 생각하듯이 비상한 리더의 천재적 발상이나 꿈에서 받은 계시에서 오는 게 아니라, 바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사람들의 절실한 마음, 그리고 협동과 신뢰에 기반한 사람들의 ‘찐한’ 상호작용에 의해서 불현듯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이 탄생한다.
​그래서 “사회적협동조합(=사회적경제)은 고용의 조절판이나 실업자 대책이 아니라 인간 내면으로부터의 절규가 만들어낸 ‘사회적 발명(social invention)’인 것이다(타나카 나츠코 2014: 7).

따라서 사회적경제가 성공하느냐의 관건은 그 조직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내발적 역동성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육성지원 정책이나 제도의 프로세스에는 이 같은 ‘사람들의 역동을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이 소홀히 취급되거나 생략되어 왔다.

​조직 발생의 동인으로서 사람들의 절박한 필요와 관계가 만들어내는 ‘사람의 힘’이 중심에 자리 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금이라는 공짜 돈의 매력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지원 제도가 사람들로 하여금 제사보다 젯밥에 혹하도록 부추긴 측면이 있다.

그리하여 무엇보다 새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은 적어도 ‘사람의 힘’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제도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조직의 발생 단계에서 정부자금의 무상지원을 인센티브로 삼는 인증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등록제 방식으로 진입은 자유롭게 하되, 사회적 가치와 성과가 확인된 일정 요건의 조직에 대해서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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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20대 총선 사회적경제 정책공약 간단회>​ ※ 사진 출처 : news1

둘째,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목적과 가치가 인정되는 지원 정책이어야 한다.

​예컨대, 정책적 목적의 측면에서 보면 모든 조직의 목표가 ‘일자리 창출’ 일색이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 제일의 국정 과제가 일자리 확충이라고 하더라도, 마치 사회적경제 부문에 정부 돈을 쏟아 붓기만 하면 고용 창출이 일어나는 양, 공무원들을 몰아 부치면 또 한 번 심각한 정책 왜곡이 일어날 것이다. 어떤 사회적경제 기업은 유급직원의 숫자가 보잘 것 없고 매출이 적어도 지역민의 절실한 필요와 욕구를 성공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본연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셋째, 유형별 ․ 업종별로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맞춤형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기업의 취약계층 의무고용 비율을 50%로 일원화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업종에 따라 노동 강도가 매우 높은 업무를 하는 기업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결국 눈속임의 탈법 행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

또한 사회적경제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부 지원의 기간과 수준을 달리할 필요도 있다. 시장 구매력이 없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생산하는 사회적경제 기업과 취약계층을 주로 고용하는 사회적경제 기업은 지원 기간과 지원 수준을 차등화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넷째, 사회적경제를 확대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은 공공부문의 시장을 열어주는 수요 측면의 정책이다. 특히, 지자체 차원에서 공공서비스 영역의 노동집약적 사업을 사회적경제 분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롭게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들어 위탁할 사업 영역을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 지자체 사업 중 사회적경제를 활용하거나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를 넓혀나가려는 시도가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유명무실하게 방치되고 있는 지자체의 사회적경제 민관 협의기구가 실질적인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신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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