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을 앞두고 18대 대선의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를 다시 생각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대통령의 임기 중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온 국민이 촛불을 들고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군 결과로 연말에 치러질 예정이었던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로 앞당겨 치러지게 되었다. 난무하는 약속과 공약의 홍수 속에서, 후보 간 치열한 공방과 논쟁의 틈바구니에서 국민들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제 대통령 선거 일주일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이다.
하루 하루 달라지는 판세에 유권자의 한 사람인 나 역시 나름의 기대와 희망을 후보자들에게 감정이입해가며 마음이 들떠간다. 이제 서서히 들뜬 마음을 추스르고 냉정하게 자문해야 할 때다. 나는, 우리는 어떤 나라를, 어떤 사회를 원했는가?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가장 단명하게 표현하는 말은 바로 ‘헬조선’이라는 말일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불평등의 사회로 치닫고 있다. 다가올 미래가 이전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취업과 연애,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들의 좌절은 안타깝다 못해 눈물겨울 지경이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실정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열심히 일해도 공정하게 대우받고 보상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각박해지고 피폐해지고 있다. 청년 세대를 자녀로 둔 중장년 세대는 조기 퇴직과 실직의 위험에 놓여 있고, 노인이 되어서는 일도, 경제력도 없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실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 주소이다. 오죽하면 지옥같은 사회, 헬조선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일상의 언어가 되었겠는가?

필자는 우리 사회가 ‘헬조선’이라 불릴 정도로 상태가 나빠진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국가의 경제정책, 사회정책이 승자독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면서 외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국민의 행복을 유보하고 희생시켜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 재벌이 잘 되어야 일자리도 늘고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생각에 매몰되어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들의 형편은 항상 뒷전이었다. 노동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양분되어 차별과 배제를 제도화, 구조화했을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의식까지 지배하고 있다.

제18대 대선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의지도 없는 위정자들에 의해 ‘경제민주화’라는 국가 의제는 철저히 이용만 당하고 버려졌다. 경제적 강자의 탈법적 특권은 하나도 개선되지 못했다. 그 상징적 사건이 바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비롯된 대통령 탄핵이었으니 어쩌면 ‘경제민주화’는 이제 다시 출발점에 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심각한 ‘헬조선’으로 갈 것인가? 좀 더 나아진 사회로 갈 것인가?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삶의 현장은 협동조합이다. 더 넓게 본다면 사회적경제의 현장이고 시민주도 경제의 현장이다.
​사회적경제는 몰가치적인 부를 추구하는 탐욕이 아니라 필요(needs)를 충족하는 경제다.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 관여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상생을 추구하는 경제다. ​나아가 미래 세대까지를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경제, 사회를 생각하는 경제다.

​그러면 사회적경제가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을까? 사회적경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고, 그렇게 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 역시 그러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사회적경제의 실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당사자들의 노력이다.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사회에 확산시키는 한편 경제조직으로서의 사업수행 실력과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 좋은 서비스라는 프리즘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가치가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경제가 차별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 환경을 사회적경제에 우호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책과 예산을 활용하여 특정 산업을 부흥하거나 육성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 공공의 역할이 대기업과 재벌에 편중,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을 육성한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기업의 위력 앞에 공정한 관계를 요구할 입장에 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항상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였다.

기울어진 운동장과도 같은 정책 환경, 일관성과 통합성이 결여된 행정체계에서 어렵기는 사회적경제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정책위원장으로 일하는 국내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연대조직인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 문제를 극복,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경제를 적극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2년 대선, 2016년 총선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이번 제19대 대선을 앞두고서도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사회문제의 해결에 사회적경제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여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정당과 후보에게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에 소개하는 세 가지의 핵심정책 제안과 두 가지의 특별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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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회의가 제안한 세 가지의 핵심정책

첫째, 대통령 직속의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신속하게 구성하여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이 위원회는 민간의 활력과 주도성을 존중하는 체계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긴밀한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구성,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위원회는 핵심적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통합적인 정책의 구상, 내실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정 추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신속한 법제도 정비와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사회적경제의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내실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기본적으로 사회적경제의 정의, 범위를 규정하고 사회적경제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하고 실질에 있어서는 부처 간 칸막이 해소 및 통합적 사회적경제 정책의 구상과 실현, 사회적경제에 대한 국가, 지자체의 육성정책, 지원정책의 근거 마련, 사회적경제 조직 간 자율적인 연대와 협력의 활성화를 내용에 담아야 할 것이다.

셋째, 금융 등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기본 바탕이 되는 분야의 법제도 정비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과 지속가능한 발전, 서민생활의 안정과 안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복지, 에너지, 농식품, 주거, 교육, 일자리, 도시재생 등 서민생활경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당 분야 관계 정책을 사회적경제 친화적으로 정비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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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회의가 제안한 두 가지의 특별제안

첫째, 헌법 개정에 대한 것이다. 헌법 제119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유와 창의의 존중을 통해 우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반면, 경제적 강자와 약자의 격차가 심화되고 자연환경의 훼손 등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목도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자유와 창의와 함께 ‘상생’의 가치를 우리 경제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로 삼도록 헌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헌법 제123조는 ‘농・어촌의 종합 개발과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에 관한 조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2항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제5항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후보들마다 대선 이후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체적으로 자조조직의 성격을 지닌 사회적경제 기업(조직)을 헌법 제123조에 포함, 포괄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이며, 지역순환경제에 기반한 협동조합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은 지역사회 활성화의 구체적 사례와 방법론을 제공하는 중요한 사회적 동력이 될 것이다.

둘째, 우리 사회가 처한 극심한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개혁과 정책이 요구된다. 먼저 대기업, 재벌에 편중된 경제, 산업, 기업정책의 편향을 극복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사회혁신을 이끌고 포용적인 성장의 기반, 동력이 되도록 중소기업, 소상공인,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한 통합적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불공정거래와 제도, 자원에 대한 접근 장벽 등 경제적 약자에게 애초부터 불리하게 되어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도 제대로 바로 잡아야 한다. 이 문제는 매우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특정한 기구를 설치하거나 단편적인 정책으로는 실현되기는 어렵다. 새 정부의 핵심적인 정책 기조로 삼아 범정부적인 정책수립과 추진체계를 갖추어 추진해 줄 것을 제안한다.

이상의 제안에 대해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 홍준표, 안철수 다섯 후보의 선거캠프에 세부 질의서를 보냈고 유승민, 심상정, 문재인 후보의 순으로 답변서를 받았다. 세 후보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불평등의 심화, 사회안전망의 약화, 지속가능하지 않는 경제의 문제 등에 있어서 사회적경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활성화시켜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입장을 표명했고 구체적인 정책, 공약을 공식적인 공약집에 포함하여 발표했다.

​​또한 4월 24일에는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직접 연대회의가 제안한 정책협약 행사에 참석하여 정책협약서에 서명하고 적극적인 정책, 시책을 시행해 갈 것을 약속했다. 아쉽게도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세부적인 정책질의 결과는 연대회의 홈페이지에 전문이 게재되어 있으니 이를 참고해주시기를 바란다.

일주일 남은 제19대 대선의 결과에 관계없이 사회적경제 현장은 더 나은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매진해 갈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 사회적경제를 포함하여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당당하고 건실한 경제주체로서 서는 나라, 소비자,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 청년들이 하루하루 버티고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나라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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